다들 그렇겠지만 이번 3월 4월은 고난의 행군과도 같은 달이었다. 육아로 거의 잠을 못자는 와중에, 일은 너무 많아서 도저히 글을 읽거나 쓸 정신이 들지 않았다. 어제 장모님이 재하를 봐주신 덕에, 정말 두 달만에 정신이 맑은 상태로 잠에서 깨어났다. 이럴 때 일 수록 포텐셜에서 지난 일들을 기록해놔야 한다. 늘 그렇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왜 우리는 어려운 프로젝트만 고집할까?
현재 포텐셜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많은 개발 외주 업체들이라면 절대 이 가격에 수주를 하지 않을 그런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A사
지게차에 들어갈 AI보드와 통신하는 앱과 입점된 지게차 운영사 별로 대시보드를 제공해 실시간 상태를 알려주는 SAAS를 제작한다. AI보드에서 들어오는 신호들을 앱에서 캐치해, 각 입점 고객사 대시보드로 소켓을 통해 실시간으로 쏴줘야 한다. 하드웨어 개발자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고, 하드웨어 통신에 대한 이해를 해야하며, 입점형 SAAS에 맞는 구조를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
2) B사
CCTV에 내장되어 있는 젯슨 보드와 webrtc로 소통해야 한다. Webrtc 작동방식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며, 카메라가 감지한 상황에 따라 농장 주의 핸드폰으로 알림을 쏴줘야 한다. CCTV 컨트롤하는 여러가지 방식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AI엔진을 심어둔 CCTV다 보니 역시나 카메라 개발자님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아무튼 너무 어렵다.
3) C사
중고차 거래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는 중고차 플랫폼의 DB 설계가 이렇게 고려해야 할게 많은 지 몰랐다. 제조사, 제품라인, 모델명, 서브모델, 등급, 서브 등급 등을 고려하면 12000개의 경우의 수가 넘어가며 수 백가지의 차량 옵션들이 있다. 성능 진단의 경우 항목이 80개를 넘어간다. 또한 심지어 여러개의 서드 파티 api와 연동해야하는데,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차량 정보를 가져오는 api를 우리 서버에 딱 맞춰 파싱해야 한다. 보험이력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난이도가 너무 높다.
사실 내가 방글라데시에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다음과 같았다. (불과 저번주에도 들었다)
1. 한국사람이랑도 소통이 안되는데, 외국인이랑 커뮤니케이션이 되겠어요?
2.개발보다 프로젝트 매니징 능력이 더 중요해요~
3.100% Remote & Flexible Working Hour 로 그게 가능해요?
이러한 질문에 나름대로 대답을 해드려도 납득을 못하시니, 결국 결과로 보여주는게 가장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우리 팀원들이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며 + 굉장히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것 같은 프로젝트로만 수주하고 있다. 쉬운 프로젝트를 빨리 빨리 쳐내면, 돈은 더 벌겠지만 지금은 돈을 벌기보다는 지금은 조직의 역량을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00억 이내의 회사를 목표로 한다면 한국에만 있어도 되지만 그 이상을 가야 한다면 베트남, 인도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더 싸게, 더 빠르게, 정직하게 해내야 한다. 요 몇 달간의 스파르타 훈련 덕인지 팀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 팀원들 영어 수준이 고만고만 한 데, 척하면 척하는 수준까지 합이 많이 올라왔다.
내가 잠을 못 잘 수록 팀의 수준은 조금씩 우상향 한다. 더 좋은 개발자 분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그 분들의 제안으로 회사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고 있다. 이전 글 에서 언급한 미국 업체와도 계약에 성공을 해, 포텐셜은 공식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수출하는 회사가 되었다. 아직도 회사는 엉망진창이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한다.
이 업은 정말 똑똑한 두뇌를 갖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원칙 3개만 기억하면 되는데
싸고, 빠르게, 정직하게 만들면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망할 것이다
우리가 이런 프로젝트를 현재 얼마에 제작 해드리고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 텐데, 놀랍게도 대부분 2천만원 내외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위의 서비스를 국내 업체들에게 맡기면 n배 이상 부를거다.
싸게는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빠르게는 노코드 툴 급으로 더 빨라야 한다.
정직하게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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