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기억이 왜곡되기 전에, 가능한 보고 배운것을 자세히 남겨둬야 한다. 직항이 없어 편도로만 14시간 이상이 걸리는 강행군이었다. 와이프가 독박육아를 해야하다 보니 3일간의 주어졌다. 이틀은 비행기나 공항안에서 시간을 보내야하고, 하루 정도만 팀원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도 하루만으로도 감지 덕지 하다.

분노의 첫 인상

 

왼쪽 창구에 서있는 셔츠 차림의 저 사람을 주목

방글라데시에 입국한 후,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비자를 발급받는 일이었다. 


나처럼 단기간 입국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랜딩비자라 하여 임시비자를 발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왼쪽에 보이는 셔츠차림의 남자는 공무원겸 브로커다. 이들에게 10불 정도 지불하면, 롯데월드의 매직패스 마냥 앞자리로 새치기를 허락해준다. 팀원들이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애가 탔다. 비자 창구에서는 '급하면 뇌물 주고 매직패스 사세요~' 이런 느낌으로 느릿느릿 처리하고 있었다. 뇌물 주고 빨리 받고 싶다 라는 유혹이 중간 중간 들었지만, 우직하게 기다렸다. 내가 뇌물을 준다면, 저들은 앞으로도 계속 뇌물을 요구할테니

​광저우에서 다카까지 4시간이 걸렸는데, 비자 처리에만 3시간이 걸렸다. 공항 입국장에서 3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을 팀원들을 생각하니 더욱 애가 탔다.

 

 

팀원들은 내가 연락도 안되고 3시간 동안 나오지도 않아서, 무슨일이 있나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고 한다. 새벽1시까지 기다려준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모니터로만 마주하던 팀원들을 실제로 악수하고 포옹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포하드는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였고, 시암은 왜소할 거라는 착각과는 달리 180 후반의 거대한 체구 였다. 아닉은 모니터에서도 그랬지만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압둘은 역시나 똑똑했다. 합류한 지 아직 한달이 안된 아틱은 조금 수줍어 했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다카의 길거리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유튜브에서 보여지는 방글라데시의 모습과는 달리 도시는 생동감이 넘쳤고, 꿈틀대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도시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 두지 못해서 너무 아쉬운데, 50M에 한 곳 꼴로 IT institute(우리나라로 치면 코딩 부트캠프) 광고가 눈을 사로 잡았다.

팀원들이 말하길, 방글라데시는 국가 차원에서 아웃소싱산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코딩을 가르치고, upwork, fiverr에서 돈 버는 법을 알려준다니, 굉장히 놀라웠다. 그렇게 팀원들과 함께 호텔로 체크인 했고, 정신없이 잠들었다.

D-15 시간, 팀원들의 따뜻한 환영

 

 

팀원들의 환대에 몸둘 바를 몰랐던 순간들이었다. 단체티, 배너, 케이크까지 모든게 놀라웠다. 보통 국내에서 단체티를 맞추면 퀄리티가 조악하던데, 봉제산업 탑3 국가 답게 퀄리티가 메이저 브랜드 못지 않게 훌륭했다.

팀원들과 티 한잔 하면서, 모니터 앞에서는 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된 사실은 무슬림 국가도 우리랑 사는 방식은 정말 비슷했다. 압둘은 와이프의 허락을 받지 못해, 호텔 숙박을 못했고, 포하드와 시암은 와이프의 학업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아틱은 3개월 된 아이가 있어서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해 보이는게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아닉은 나만큼이나 흥미로운 스토리를 많이 갖고 있던 친구였는데, 배틀그라운드(PUBG) 해설가 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의 전용준인 셈이다.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다보니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 리모트 워크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오프라인의 역할은 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만년의 호모사피엔스의 역사 동안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저 사냥감을 어떻게 잡지 고민하던 환경에서 진화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많은 해외 CEO들과 일을 해봤는데,
우리를 보러 방글라데시에 직접 온 사람은 루카스 너가 처음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너무 오기를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닉과 나


팀원들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해 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팀원 각자의 이름을 새긴 도장을 준비했다. 방글라데시도 등기를 치는 지 모르겠는데, 팀원들이 등기 치는데 쓸 수 있도록, 회사가 커졌으면 좋겠다. 다른 회사들은 입사하면 맥북 M3 를 턱턱 사준던데, 정말 부럽다. 팀원들한테 맥북 사줄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뭐 나도 아직은 M1 쓰고 있긴 하지만...

D-10 시간 방글라데시 시내 구경, 다카대학교

글로벌 팀을 운영하는데 유창한 영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카 사람들은 운전을 진짜 잘한다. 차간 간격이 5CM~10CM로 쇽쇽 지나간다

유일하게 다카 내에서 내가 가고싶었던 곳은 다카 대학교 였다. 방글라데시 최고 명문학교 학생들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 지 궁금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옆자리 방글라데시 엔지니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다카 대학교 학생들의 워너비 직업은 공무원이라고 한다. 70-80년대 대한민국을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닐 수도 있으며, 뒷 돈도 챙길 수도 있다. 무긍무진한 기회가 있는 국가인 만큼 더 많은 방글라데시 학생들이 엔지니어나 창업가를 꿈꿨으면 좋겠다.

다카대학교 앞 광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술 문화가 없는 무슬림 국가다 보니, 광장 주변에 티 문화가 발달해 있었고, 옆사람에게 서슴없이 말을 걸 수 있는 굉장히 개방적인 분위기 였다. 거리는 빵빵거리는 소리로 북적댔지만, 핸드폰 화면이 아닌 상대방의 얼굴에 집중하고 있는 광장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D-5시간 쇼핑, 저녁

오래전 부터 사고 싶었던 전통의상을 샀다.

 

전통의상을 입고 돌아다니니, 현지 분들이 신기하게 봐주셨다. 아참 BTS의 위상을 방글라데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성인들 사이에서는 모르겠는데,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안녕이라고 인사해 주는걸 보니 너무 신기했다. 아닉의 막내 여동생이 11살인가 그런데, 다음에 다카에 갈 때는 BTS 응원봉인가 그런것 좀 사가야 겠다.

 

다들 새벽까지 잠을 못자서 그런지 저녁이 되자 조금씩 눈이 감겨 온다. 1박 3일간의 스파르타 강행군이었다. 그래도 팀원들이 렌탈, 예약 등 모든 것을 도맡아 해준 덕에 정말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잠깐의 회의

왠만하면 일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시암과 압둘이 먼저 운을 트는 바람에 안 할 수 가 없었다. 다들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은 요 몇 달간 포텐셜에 새로 합류한 인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지금부터 미리 큰 팀을 위한 밑작업을 해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 파트별 프로그래밍 작업 마다 SOP를 마련해 모든 팀원들이 준수하게끔 해야하며, 루카스가 모든 프로젝트를 매니징하는 현재 단계를 가능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또 시암은 요즘 인도나 방글라데시 아웃소싱 트랜드는 프로젝트 베이스가 아니라 팀 단위의 계약, 일종의 구독모델이라고 했다. 안그래도 베트남 대형 IT아웃소싱 업체들은 ODC(Oversea Development Center) 라 하여, 해외에 개발팀을 두고 싶은 회사들을 대상으로 팀을 세팅해주고 월 비용을 받는 모델을 하고 있던데, 올해 상반기 내에 우리 팀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방글라데시에는 Brainstation 21이라는 업체가 현재 업계 1위라고 한다. 다음번 출장 때에는 견학 요청을 해 사장님께 많이 배워야 겠다.

D-0시간 귀국

얘들아 나 서른 세살이야... 혼자서 공항 갈 수 있어

제발 호텔에서 쉬라고 했음에도 팀원들 전부가 공항까지 마중 나와줬다. 살면서 이렇게 큰 환대를 받은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팀원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내가 이들의 환대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포텐셜을 더 큰 회사로 키우는 거 밖에 없다.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들이 있겠지만, 정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PS. 3일간의 출장을 양해해 주신 고객사 대표님들에게 감사를

우리 가족 것 까지 만들어 준 회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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