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개발자의 품질 붕괴, 클라이언트 정면 돌파, 그리고 사업의 방향에 대한 질문`}

포텐셜 창업 이래 첫 헬게이트

Lukas

Lukas

Jun 4th 26

11 min Read

포텐셜을 창업한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위기를 겪었다. 리드 개발자가 무너뜨린 프로젝트 품질, 클라이언트 앞에서의 정면 돌파, 그리고 그 위기가 끄집어낸 '에이전시 모델 자체에 대한 질문'을 정리한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지난주 YR을 만나고 나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꼭 가져야 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자 그럼 3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2월, 문제가 산더미였다

2월의 포텐셜은 프로젝트가 5-6개가 돌아가고 있고, 팀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10명 이내의 재작년처럼 내가 더이상 모든 프로젝트에 상세하게 관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 메세지를 받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프로젝트 담당자들을 다 모아서 1on1 미팅을 갖고, 내가 직접 하나씩 코드를 까보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안드로이드 프로젝트 였고 참고로 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아니다.) 아뿔싸... 문제가 산더미였다.

  • 프로젝트 리드 개발자를 전적으로 믿고 맡겼으나, 퀄리티가 엉망이었다.
  • 프로젝트 리드 개발자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 마이크로 매니징을 절대 하지 않는다 라는 나의 신조에 금이 가고 있었다.

나의 신뢰에 이렇게 보답한 해당 개발자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초래해 곤란하게 만든 클라이언트사에게 너무 미안했다. 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볼까? 머리를 차갑게 하고 하나씩 풀어나가기로 했다.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해지면 머리가 뜨거워지고 스트레스로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어딘가로 다 접고 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런 상황일 수록 정면 돌파해야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사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포텐셜 대표 신동섭입니다. 먼저 이 상황을 겪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드리는 이야기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꼭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고 다음날 부터 해당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직접 출근했다. 처음 출근한 날, 클라이언트 사의 무거운 분위기에 숨이 턱턱 막혔지만, 별 수 없다. 내 직원의 실수는 내 실수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돈은 언제든 벌 수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신뢰는 돈을 아무리 지불해도 다시 살 수 없다. 낮과 밤,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복구를 위해 강행군을 이어나갔고, 스트레스는 점점 더 쌓여갔다. 그래도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 상황을 초래한 프로젝트 리드 개발자가 퇴사를 선언했다. 제대로 나에게 똥을 뿌리고 가는구나. 나는 이 친구의 사고방식이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친구를 오래 데리고 있었다면 나중에 분명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겪고 보니, 왜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언제든 구성원을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가는 지 이해가 되었다. 얼마전에 만난 한 베트남 업체의 대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너희 직원을 너무 믿지 말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회사를 세팅해라. (나의 리더쉽 스타일과는 맞지 않지만)

2월의 상황은 너무 절망적이었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참 해결 못할 문제는 없는것 같다. 위기 덕에 회사와 나 자신도 많이 더 단단해졌다. 헬게이트도 잘 해결이 되었고, 위의 클라이언트와도 관계가 잘 회복되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우리 회사에 맡겨 주셨다. 역시 위기에 물러서면 안된다.

우리 회사는 무엇을 쌓아가고 있는가?

누가 보면 위의 에피소드를 보고 신대표 대단하네, 성장하고 있네 라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회사의 전진을 위해 사용해야할 귀중한 2개월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회사를 키우는게 맞는 방향일까?

내가 하고 있는 에이전시 모델은 정말 큰 장점과 정말 큰 단점이 있다. 큰 장점은 첫날부터 현금흐름이 생긴다는 것과, 성실하고 정직하게만 일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치명적인 단점은 비즈니스 가중치가 1이거나 높게 잡으면 1.1 정도 된다.

비즈니스 가중치란?

지난주 YR과 밥먹으면서 나왔던 소재를 뭐라 부를까 하다가 그냥 내가 맘대로 붙인 이름이다. 유튜버 신사임당이 영상에서 이런 내용을 설명한 적이 있다. 일에는 2종류가 있다고 한다.

  • 1번) 1의 노력을 하면 1의 결과가 나오는 일
  • 2번) 1의 노력을 하면 결과가 장기적으로 N의 효과가 나오는 일

1번에는 이런것들이 있다. 편의점 알바를 하거나, 나와 같이 프로젝트 단위의 비즈니스를 하거나, 직장에서 월급을 받거나. 사실 1번 유형의 일들이 정확하게 1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고, 1.1~1.2의 소량의 추가 가중치를 가진다. 예를들어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업계 평판이 쌓인다. 또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회사 내부에 노하우가 쌓인다. 하지만 결코 가중치가 크지는 않다.

2번에는 이런것들이 있다. 투자를 하거나, 영상 컨텐츠를 만들거나, Saas같은 비즈니스를 하거나. 특정 시간동안 노력을 기울여 작업을 해놓으면,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온다. 예를들어 뽀로로를 기획/제작한 회사라고 생각해보자. 뽀로로 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만들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었을 거다. 그러나 한번 기획하고 제작해두면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돌아온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회사는 늘 약점을 갖고 있다. 1.1, 1.2 정도의 작은 비즈니스 가중치를 갖고서는 큰 임팩트를 낼 수 없다. 어떻게 하면 1번의 영역에서 2번의 영역으로 넓혀갈 수 있을까?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던 중 찾아온 기회 1 — 온라인 한국어 교육

클라이언트 중 한 분을 만나러 제주도 출장을 갔다. 나는 늘 이분을 리스펙트하는게, 나이가 70이 넘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심지어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업을 하신다. 제주도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횟집에서 회를 사주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꺼내셨다.

"신사장 내가 긴히 할 말이 있네, 신사장도 알다시피 내가 나이도 있고 해서 이 사업을 키우긴 쉽지 않을것 같아. 하지만 나는 이 사업에 대해 정말 큰 확신이 있고, 앞으로 이 비즈니스가 어떻게 커 나가는 지를 보는게 소원이네. 신사장만 괜찮다면, 신사장이 우리 회사를 맡아서 키워보지 않겠나?"

"제안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대표님이 하시는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걸요. 제가 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회사도 직원수가 많아져서, 제가 다 버리고 갈 수도 없구요."

"그건 걱정말게, 나는 사실 모든 사업이 형태만 조금씩 다를 뿐 그 안에는 비슷하다고 봐,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거니. 신사장이 지금까지 다른 일들 잘해왔으니, 이것도 분명히 잘해낼걸세. 고민해보고 연락주게"

내가 제안 받은 (지금 대표님이 하고 계신) 비즈니스는 큰 의미가 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한국어 교육을 한다.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을뿐더러,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멋진 비즈니스를 하고 계시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대표님께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온라인 교육 서비스의 대표가 되었다. 믿고 맡겨주신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찾아온 기회 2 — 군대 동기의 제안

온라인 한국어 교육서비스를 인수인계 받느라 정신없던 차에 해병대 훈련소 군대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이 친구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만 정말 난 사람이다. 사람이 좀 거칠지만 사업을 참 잘한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업체를 차려 40개까지 점포수를 늘렸다.

"동섭아 내가 긴히 할말이 있는데, 요점부터 말하자면 나랑 사업 하나 같이 하나 안 해볼래?"

자세한 사업 내용은 내용이 길어지니 생략하나, 사업의 내용 자체보다 이 친구랑 뭔가 해보면 잘 될 것 같은 각이 보였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왜 나를 찾아왔을까?

위의 대표님이나 내 친구나 왜 나를 찾아왔을까? 고민을 오랫동안 해봤다. 내가 가장 잘 하는 분야는 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전세계 사람들을 줄 세워 놨을 때, 상위 1%에 해당할만한 나의 특기는 무엇일까?

  • 나는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잘 돌아가는) IT 서비스 개발팀을 세팅할 수 있다.
  • 나는 외부 투자 없이 맨땅에서 사업을 키워본 경험이 3번 있다.

이 두가지 무기를 결합한다면 세계에서 상위 1%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무기를 결합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즈니스 가중치를 갖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 에이전시 사업이 아닌 내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
  • 능력있고 잠재력있는 사람들의 초기 단계를 돕고, 지분을 받는 것

무엇이 옳은 방향일까? 또 앞으로 우리 회사는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


Potential (포텐셜)은 한국·아시아 창업가가 서구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만드는 글로벌 진출 개발 파트너입니다. 위기도, 다음 단계의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어요.

Lukas

Lukas

Founder

Dad of 2 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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