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짜리 트레이닝에서 Claude Code 얘기는 거의 안 한다 — 대신 우리는 역할 놀이를 반복한다`}

AI 네이티브 조직 훈련, 진짜 어려운 건 도구가 아니라 '감정이입'이었다

Lukas

Lukas

Jun 29th 26

4 min Read

AI 네이티브 조직을 만들려고 요즘 팀원들을 두 시간씩 직접 트레이닝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세션을 열어보면 Claude Code, Codex, 루프 엔지니어링 같은 도구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반복하는 건 일종의 역할 놀이다.

처음엔 나도 의아했다. AI 네이티브 조직이라면 당연히 최신 도구를 손에 익히는 게 핵심 아닌가? 그런데 세션을 거듭할수록 진짜 병목은 도구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미션: 뉴욕에서 헤어샵을 운영하는 60대 사장님

내가 팀원들에게 주는 미션은 이런 식이다. 내가 클라이언트 역할(Lukas)을 맡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에서 헤어샵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이에요. 손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와요 — 워크인, 그리고 전화 예약. 파트너 디자이너 5명과 일하는데, 디자이너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요. 직급도 다 다르고, 직급에 따라 서비스 비용도 달라져요. 제가 가져가는 커미션도 디자이너마다 30%에서 50%까지 제각각이에요. 앱이 하나 필요해요. 기술적인 건 제가 잘 모르니까, 알아서 헤어샵 운영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세요."

기술 명세는 일부러 하나도 주지 않는다. "알아서 편하게 만들어 달라"는, 현실의 클라이언트가 실제로 하는 그 말 그대로다.

90%가 여기서 우왕좌왕한다

이 미션을 내면 팀원의 90%가 우왕좌왕한다. 흥미로운 건 이게 특정 직군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든 해외든, 백엔드든 프론트엔드든, 디자이너든 PM이든 — 다른 사람(고객)이 이 제품을 어떻게 쓸지, 그 순간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상상하고 감정이입하는 것을 대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한다.

코드를 짜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 사장님은 손님이 몰리는 토요일 오후에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전화 예약을 받다 손이 모자라는 순간 화면에서 무엇을 보고 싶을까" — 이런 질문 앞에서 멈춰 선다. 그래서 답이 아니라 감정이입 자체를 반복해서 훈련해야 한다.

같은 제품을 두고 계속 파고드는 후속 질문들

그래서 나는 같은 시나리오를 두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정답을 맞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으로 들어가 보는 근육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 대기 손님 시나리오 — "Mike라는 워크인 손님이 디자이너 A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A는 인기가 많아서 3시간을 기다려야 해요. Mike는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이 상황을 처리하려면 소프트웨어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 수수료 변경 시나리오 — "디자이너 B의 수수료율을 7월부터 30%에서 35%로 올리려고 해요. 이 상황에 대응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 첫 화면 시나리오 — "이 앱은 뉴욕에 사는 미용실 방문객을 타겟으로 만들어져야 해요. 홈 화면에 처음 진입한 유저가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① 디자이너 리스트 ② 서비스 리스트 ③ 캘린더."

각 질문에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드느냐'보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이 화면 앞에 서는가'가 먼저 들어 있다. 대기하는 Mike의 초조함, 수수료가 오르는 디자이너 B의 입장, 처음 앱을 켠 뉴욕 손님의 의도 — 거기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어떤 기능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소프트웨어는 쉬워졌다. 이제 훈련할 건 감정이입이다

이 세션들을 연달아 진행하면서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소프트웨어는 만들기가 너무 쉬워졌다. AI가 구현의 장벽을 거의 다 허물었다. 그래서 이제 진짜로 훈련해야 할 영역은 도구를 다루는 손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온전히 감정이입하는 능력이다.

구현이 희소했던 시대에는 '만들 줄 아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 희소성이 사라진 지금, 남는 경쟁력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만드는가'를 그 사람의 감정 안에서 길어 올리는 능력이다. 우리가 뉴욕의 헤어샵 사장님을 계속 불러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Luk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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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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