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페이지 두 개 만든다고 플랫폼이 굴러가지 않는다`}

Jun 4th 26
13 min Read

외주 개발사들은 왜 남의 앱만 만들까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이번엔 한 단계 더 들어가서, 플랫폼 사업을 직접 해본 적 없는 개발사에게 플랫폼 개발을 맡기면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한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99%의 개발 외주사들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한 회사가 갑자기 고객의 마음에 공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지니, 외주 개발사가 만드는 자체 서비스는 열이면 열 모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주 개발사들은 자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고, 외주 일에 전념한다.
크몽에 '플랫폼 개발'이라고 치면 나오는 업체들이 모두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것이 '말만 하세요, 다 만들어드립니다'이다. 아마 이분들은 슬로건처럼 만들어는 주실 거다. 하지만 이분들이 제작한 플랫폼이 실제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로, 이분들 중 누구도 직접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해서 키워본 경험이 없다. 플랫폼 운영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개발만 맡아서 진행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배달의민족을 처음 만든다고 해보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음식점일까, 아니면 외식 주문을 하려는 고객일까? 음식점이 없으면 고객이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없으면 음식점이 이 플랫폼에 입점할 이유도 없다.
크몽을 만든다고 해보자. 전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아니면 전문가에게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까?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없으면 고객들이 오지 않지만, 역시나 고객들이 없으면 전문가가 입점할 이유도 없다.
우버, 카카오택시, 야놀자 등등 모든 플랫폼 사업이 갖는 딜레마다. 대부분 이런 질문 앞에서 외주 업체들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일반 회원으로 가입하기 / 음식점으로 가입하기' 혹은 '일반 회원으로 가입하기 / 전문가로 가입하기' 버튼과 기능만 만들어 두면 그들의 모든 역할은 끝이 난다고 착각한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강남엄마는 대치동의 학원들과 학부모들을 연결시킨 플랫폼이다. 대학생 때 공동창업자 형과 함께 7월 뙤약볕의 대치역, 한티역 거리를 한 달 두 달 동안 걸어 다니며 학부모와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학원들을 돌아다니며 학원 문틈 사이로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는 전단지와 명함을 몰래 넣어놨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강남엄마다.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아침에는 리뷰를 모으고 밤에는 코딩을 하느라 굉장히 힘들고 고되었던 기억이 나지만, 그 덕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덕에 강남엄마에는 강남 일대 학원의 리뷰가 수만 개 쌓였고 광고 비즈니스가 작동했다. (현재는 나와 관계가 없는 회사라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른다.)
이후에 창업한 써봄도 마찬가지다. 60만 원으로 창업해, 120만 팩 이상의 기저귀 샘플팩을 유통한 기저귀 샘플 마케팅 회사다. 육아맘과 기저귀 제조사 중 우리가 집중해야 할 영역은 어디였을까? 나는 무려 3년 넘는 시행착오 끝에 첫 기저귀 제조사를 입점시킬 수 있었고, 결국 많은 육아맘 카페에서 '써봄'이라는 브랜드가 기저귀 문제가 생길 때 찾는 보통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이 포스팅에서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설계할 때 '전문가 회원으로 가입하기', '음식점 회원으로 가입하기' 등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학원과 학부모 중, 육아맘과 제조사 중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개발 외주 업체들은 코딩만 할 줄 알기 때문에, 실제 세계에서 돌아가는 비즈니스 원리에 대해서는 취약하다. 플랫폼은 회원가입 페이지 하나로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처럼, 서로 다른 유형의 유저가 한 플랫폼에서 서비스 구매/판매를 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한 유형의 유저 증가는 다른 유형의 유저 증가로 이어져 플랫폼의 힘이 계속 커진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서비스를 제공할 유저가 없다 보니 딜레마가 발생한다. 음식점이 없는 배달의민족이나, 모텔이 없는 야놀자를 생각해보면 된다.
다음 글 '부풀려지는 견적, 너무나도 거대한 MVP'로 이어진다.
플랫폼은 코드가 아니라 비즈니스 설계가 먼저다. Potential (포텐셜) 은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키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아시아 창업가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개발 파트너다. 플랫폼 기획이 고민이라면 편하게 문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