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프로덕트를 연속으로 실패시키고 발견한 단 하나의 재능`}

하필 방글라데시에서 앱 외주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

Lukas

Lukas

Jun 4th 26

15 min Read

나는 현재 7명의 방글라데시 팀원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외주 사업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외주 사업이란 간단하다. 앱이 필요하거나 플랫폼이 필요한 개인이나 회사들에게 비용을 받고 소프트웨어를 대신 개발해주는 사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SI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국외에서는 IT 아웃소싱, 에이전시 사업이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는 SI업을 3D 업종이라 부르며 기피하지만, 난 이 산업을 정말 좋아한다. 그럼 난 어쩌다가 하필 방글라데시에서 이 업에 몸담게 되었을까?

8개 프로덕트의 연속적인 처참한 실패

2022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빠르게 여러 번 실패하라'는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에 따라 끊임없이 프로덕트를 만들고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실패가 작다고 하여 상처까지 작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당시 내놨던 프로젝트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딥러닝 기반 체성분 분석 서비스
  2. 딥러닝 기반 부위별 근육 발달 트래킹 서비스
  3. 트레이너와 PT 수강생 간의 피드백 서비스
  4. 오디오 짐 — 사람들이 운동할 때 거친 음악이나 동기부여 영상을 많이 튼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의 역작이라 할 만큼 잘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썼다)
  5. 웨이트트레이닝 기록 앱 — 이미 수없이 많은 기록 앱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6. 필라테스 시퀀스 기록 앱
  7. 필라테스 강사들을 위한 딥러닝 기반 체형 평가 앱 (거북목, 골반 경사, 라운드 숄더 등)

특히 4번이 실패했을 때의 타격은 너무 커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난 나머지 Shift+Delete로 프로젝트를 통째로 지워버렸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때라 작은 성공이 참 절실했고, 꼭 스타트업이나 프로덕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흔히 그러듯 외주를 뛰기 시작했다.

우연히 발견한 재능

2022년 그렇게 끊임없이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웃기지만 새로운 재능이 하나 생겼다. 어떤 소프트웨어든 정말 빨리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보다 컴퓨터공학 지식이나 코딩을 잘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겠지만, 프로덕트를 빨리 만드는 점에서는 내가 글로벌 1%에 속한다고 믿는다.

말로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이런 이런 거 만들고 싶어요'라고 클라이언트가 말했을 때, DB 모델링은 이렇게 하고, 앱의 레이아웃은 이렇게 짜고, 이런 페이지들이 필요하고, 이 기능은 이런 식으로 단순화시키고 — 등의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서 저절로 정리가 된다.

9일 안에 딥러닝 앱

한 클라이언트는 11월 21일에 채팅을 주고서 11월 30일 마감을 요청했다. 9일 안에 딥러닝 앱을 만들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계약서 작성하고 미팅하고 하면 실제 개발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 되겠지만, 난 자신 있었다.

8개의 서비스를 폭파시키면서 돈을 쓰기만 했는데, 외주 사업을 시작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빠르게 벌리는 걸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시장이 필요로 했던 건 내가 만든 8개의 서비스가 아니라, 프로덕트를 빠르게 만드는 능력이 아닐까?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배경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젊은' 생산 가능 인구가 엄청 줄고 있다는 것이다. IT 업계는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젊은 피의 역할이 중요한데, 수혈이 되질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업체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형 IT 기업이나 젊은 느낌의 스타트업들의 사정은 낫지만, IT 친화적이지 않은 산업군의 중소기업들에게 개발팀 구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프로젝트를 마친 클라이언트 대표님께서 팀 규모를 물으시더니 인수 제안을 하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그만큼 괜찮은 개발팀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니, 우리가 정직하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 할 일만 잘한다면 이 업계에서 굶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제 산업과 IT 아웃소싱업의 공통점

팀을 어떤 식으로 키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국내에서는 SI 업체가 자신의 힘으로 대기업에 등극한 사례가 없다. 이 말인즉슨 나도 매우 높은 확률로 다른 에이전시들과 비슷하게 스케일업하지 못할 거란 뜻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사례를 열심히 찾아봤다. 인도, 베트남에 성공 사례들이 많았다.

  • 250달러로 창업해 수십억 달러 매출을 낸 인도 IT 기업
  • IBM 컴퓨터 유통일을 하다가 IT 아웃소싱에 진출해 베트남 시총 상위권에 오른 기업

계속 찾아보다 보니 신기한 패턴을 발견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IT 아웃소싱업은 계속 더 저렴한 국가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였다. 중국에서 시작된 IT 아웃소싱은 더 저렴한 국가인 인도로 이동했고, 요즘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이 핫하다.

더 재밌는 사실은, 이것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다른 산업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의류 제조업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의류 제조업은 중국, 인도를 거쳐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현재는 방글라데시가 세계 2위의 의류 생산 국가다.

방글라데시에 베팅한 이유

나는 IT 아웃소싱의 '넥스트 베트남'으로 방글라데시에 베팅했다. 봉제 산업과 IT 산업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사실 꽤 비슷하다. 둘 다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고, 자본 투입 없이 시작 가능하다. 특히 유튜브 덕에 양질의 교육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올라가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IT 아웃소싱업의 흐름이 베트남 이후에 어디로 갈지 궁금했다.
  2. 봉제 산업과 IT 아웃소싱업이 비슷하더라.
  3. 왠지 방글라데시일 것 같다.

다음 글 '영어 못하는 대표의 긴장되는 첫 채용'으로 이어진다.


방글라데시에서 시작한 작은 베팅은, 지금 한국·아시아 창업가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개발 파트너 Potential (포텐셜) 이 되었다. 글로벌 개발팀과 일하는 게 궁금하다면 편하게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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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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